[100세 건강법] ③ 숙면
2023-04-27
“숨쉬기도 과학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70세를 기준으로 한 평생 6억 70000만 번 가량의 호흡을 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호흡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건강관리에 현격한 차이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권하는 좋은 호흡법은 ‘충분히, 가능하면 느리게’ 하는 쉼 쉬기이다. 특히 입으로 하는 호흡을 서둘러 코 위주의 호흡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말은 쉽지만 지속적으로 이행하기엔 결코 간단치 않다. 많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만성 과 호흡증’도 이런 조언을 제대로 귀 담아 듣지 않은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잘못된 진화의 결과물 ‘코’
현존하는 동물들 가운데 가장 코가 막힌 동물이 인간이라고 한다. 숨쉬기와 관련해 코의 중요성과 효과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결과다. 현대인들이 잦은 비염과 만성 과 호흡을 겪는 이유를 잘못된 진화 탓이라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호흡 전문가 제임스 네스터는 고대인들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측농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사람의 ‘기도’가 워낙 넓어 좀처럼 막힐 수가 없었는데, 인류가 진화하고 산업화 과정 등을 지나면서 턱과 치아, 위턱과 아래턱의 맞춤에 이상이 생기는 ‘부정교합’ 탓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의 40%가 만성 코 막힘을 겪는 것이 이런 기도 문제와 함께 잘못된 과도한 코 호흡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입으로 호흡하는 버릇 탓에 만성 비염 등으로 더 많이 고생한다고 전한다.
◇ 숨 쉬는 방법부터 바꿔라
제임스 네스터는 직접 자신을 실험도구로 희생해 호흡을 연구한 후 그 결과를 <호흡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남겼다. 실험 기간 동안 그는 일정 기간 코를 막고 입으로만 숨을 쉬며 일상생활을 하다가 2단계에선 코로 숨쉬기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입 호흡’ 위주의 그릇된 호흡법을 빨리 ‘코 호흡’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특히 5.5초 동안 숨을 들이 쉬고, 5.5초 동안 숨을 내쉬는 독특한 호흡법을 권고했다. 그는 “호흡하는 방법에 따라 폐의 크기와 기능이 달라진다”며 “숨쉬는 방법을 바꾸면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인보다 호흡을 더 많이 하는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있었다. 단순히 코로 숨 쉬도록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총체적인 운동 강도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지구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존 두이야드 박사였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입 호흡이 다시 입 호흡을 부르는 악순환이 일아나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훨씬 건강에 좋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 코 호흡이 입 호흡보다 좋은 점
코 호흡의 경이로움에 관해 전문가들은 이미 200년도 전에 알고 있었다. 76세까지 장수했던(당시 평균 수명은 40세 안팎이었다) 조지 캐틀린은 1862년 <생명의 숨>이라는 책에서 “장수의 비결은 ‘생명의 위대한 비밀’, 즉 항상 코로 숨쉬는 것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코를 통한 심호흡 능력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얘기였다.
1980년대에 “수명을 결정하는 최대 지표는 ‘폐활량’”이라고 주장한 ‘프레이밍햄 연구팀’의 추적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한다. 연구팀이 5200명을 20년 동안 추적한 결과, 폐가 작아지고 폐의 효율이 떨어질수록 사람들이 더 빨리 병에 걸려 죽었다. 연구팀은 폐가 크다는 것이 곧 수명이 더 길다는 뜻이며, 심호흡 능력이야말로 수명의 척도라고 결론 지었다.
◇ 더 느리게 코로 숨쉬기
뉴욕주 의사 퍼트리샤 거바그 연구팀은 들숨과 날숨의 길이가 일치하고 분당 호흡 수가 일정해졌을 때, 즉 5.5초간 들이쉰 다음 5.5초간 내쉬게 되었을 때가 사람의 호흡리듬이 가장 효율적임을 증명했다. 거의 정확히 분당 5.5회 호흡이다. 제임스 네스터 역시 분당 5.5회 호흡 리듬을 잘 지키면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고 체내 각 계통의 균형이 잡혀 심장과 혈액순환, 신경계 기능이 최고 효율로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현대 의학계에서 정상으로 여기는 분당 호흡 수 12회~20회 정도라는 점이다. 실제 필요한 호흡보다 월등히 많은 ‘과 호흡’이 일반화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만성 과 호흡자가 세계 전체 인구의 25%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인류의 건강을 위해선 호흡 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대목에서 인도 ‘요기’들의 호흡법이 관심을 모은다. 제임스 네스터는 이들이 휴식을 취할 때 들이쉬는 공기의 양을 줄이는 훈련을 반복한다고 전한다. 이것이 분당 5.5회 호흡과 유사하다면서, 느린 호흡을 연습한다고 해도 필요한 공기의 2배를 쉽게 들이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강 장수를 이끄는 최적의 호흡은, 더 적은 횟수로 더 적은 양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잠 잘 때도 코 호흡으로
코골이 연구의 대가인 네덜란드 의사 레비누스 렘니우스는 1500년대에 벌써 수면 중 입 호흡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입을 다물고 자는 게 건강에 훨씬 좋다는 것이었다. 그는 입으로 호흡하면 신체 수분의 40%를 더 잃게 되며, 매일 밤새도록 그런 현상이 지속되면 갈증을 느끼며 잠을 깨게 된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심리적 문제로 여겼던 ‘만성불면증’의 원인이 사실은 잘못된 호흡 때문이라는 얘기다.
마크 버헤너 박사는 입 호흡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 호흡이 치주질환과 고취의 원인이자 충치의 제1 원인이라며, 입 호흡이 설탕섭취나 식습관 불량, 위생불량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힌다고 비판했다. 자기 환자들에게 “밤에 테이프로 입을 봉하고 자라”고 할 정도였다. 실제로 저자가 입술 중앙에 테이프를 붙이고 잤더니 3일 동안 4시간에 달하던 코골이가 10분으로 줄고 수면무호흡도 사라졌다고 증언한다. 코 호흡만으로도 우리 몸에 필수인 산화질소를 6배나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입으로만 호흡하는 것보다 18% 가량 더 많은 산소를 흡수케 해준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