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법률 상식] 유언의 요식성

박성훈 기자 2023-09-15 08:05:11

자수성가해 상당한 부를 축적한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했다. 고인은 자필 유언장을 남겼는데, 전 재산을 모교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유언장에 도장이 찍혀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속인들과 학교 사이에 분쟁이 빚어졌다. 상속인들은 도장이 없으나 무효라고 주장했고, 학교 측은 고인의 의사가 명확하니 유언장대로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과연 법원은 어떻게 판결을 했을까.

- 법정에서 상속인들은 어떻게 주장했나.
“고인의 도장이 유언장에서 빠진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날인이 없는 유언은 아무리 자필이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며, 따라서 유족들이 법정 상속분대로 재산을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교 측 주장은 어떠했나.
“고인의 의사가 확인된 이상, 고인의 유지를 받는 것이 상속인들의 도리라고 맞섰다. 특히 고인이 평소에 재산의 사회환원에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었고 특히 학교 측에 구두로 기부 약속까지 해 자신들도 유언장에 관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도장이 빠지기는 했지만 고인의 진정한 의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보통 유언의 방식에는 어떤 것 들이 있나.
“우리 민법 제 1065~1072조에는 법에서 정한 방식이 아니면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와 녹음, 공증, 비밀증서와 구수증서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지필증서와 공증증서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도 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방식에 따라야만 유언으로서 인정이 된다. 법적 분쟁과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유언의 요식성’이라고 한다.”

- 그래서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유언의 요식성 원칙에 따라 법원은 법적 요건을 조금이라도 갖추지 못한 유언은, 유전자의 의사가 아무리 다른 방식으로 확인되었다고 해도 무효로 본다. 이번 경우에도 자필 유언장에는 법에서 반드시 본인의 도장을 찍지 않음으로써 법적 효력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자필증서는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과 작성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도장까지 찍어야 완성된다. 법원은 이 유언장이 법이 정하는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며 상속인의 손을 들어 주었다.”

- 피상속자가 사망 전에 가족들을 모아놓고 유언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법적으로 유효한가.
“법적으로는 효력이 없다. 상속인 가운데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기 상속분 만큼 상속재산 분할청구를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은 사전에 유언을 남길 때 법이 정한 요식에 따라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사후에 자식들 간에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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