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세 시대 법률 상식] 경유차에 휘발유, 누구 책임?

박성훈 기자 2023-09-18 08:05:33

가끔 주유소에서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거나, 반대로 휘발유 차에 경유를 넣어 차를 망가트렸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주유를 본인이 했다면 당연히 자신의 책임이겠지만, 경험이 부족한 주유소 직원이 잘못을 한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 새 외제 경유차에 주유소 아르바이트 직원이 실수로 휘발유를 넣는 바람에 차가 망가졌다. 누가 책임져야 하나.
“우리 민법에는 고의나 과실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떤 차량에 어떤 기름을 넣어야 하는 지 확실히 확인하고 주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주유소 측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주유소가 책임져야 하나, 주유를 한 직원이 책임져야 하나.
“직원을 고용한 주유소 사장이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법률 용어로 ‘사용자 책임’이라고 한다. 민법 제 756조에 보면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고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차 주인은 사장에게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 나중에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지 않나.
“구성권이란 채무를 갚아준 사람이 채무 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주유소 사장이 종업원을 잘 관리하고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법정으로 가더라도 직원에게 많은 금액을 돌려 받기는 쉽지 않다.”

- 차 주인은 어느 정도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
“법과 판례는 통상의 손해를 기준으로 손해배상 범위를 정한다. 이 경우 일단 차량 수리비와 렌터카 대차 비용은 당연히 주유소 사장이 지불해야 한다. 대차 비용은 자칫 수리를 늦춰 피해액을 부풀릴 것을 예방하기 위해, 법원에서 통상적으로 15~60일치 정도를 지급토록 판결한다. 교환가치 감소분도 손해배상 대상이다. 새 차의 가능이 나빠졌으니 배상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원은 주행거리와 출고일 기준으로 신차라고 판단될 경우 수백 만원 정도를 손해액으로 인정해 준다.”

-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나.
“위자료는 통상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배상하는 성격이다. 법원은 인명피해가 아닌 단순 재산피해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비용 보상으로 정신적 고통이 회복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 차주에게는 전혀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없나.
“만일 차주가 경유차라고 미리 고지하고 기름을 넣어달라고 했다면 책임이 없다. 하지만 그냥 ‘가득 넣어 달라’ 고만 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법원도 이런 경우에는 차주의 과실을 20% 정도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경유차를 휘발유 전용 주유기 앞에 대고는 ‘경유’를 언급 않고 그냥 기름을 넣으라고 한 경우엔 30%로 과실 비율을 높인 사례도 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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