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법률 상식] 안락사와 존엄사

박성훈 기자 2023-09-25 07:36:21


뇌사(腦死) 상태면 사망한 것일까? 사망 상태냐, 아니냐는 법 적용에 있어 매우 차이가 크다. 법률가들은 대체로 ‘사람의 호흡과 심장 기능이 영구적으로 정지된 때’를 사망으로 판단한다. 우리 민사나 형사재판에서 뇌사는 ‘사망’이 아니다.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는 순간, 장기 불법매매나 불법 적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 안락사는 법적으로 불허되는 범죄행위인가.
“일반적으로 안락사는 심한 고통이 수반되는 불치 또는 말기 환자를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다. 생명을 끊는 적극적 안락사, 영양 공급이나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득적 안락사로 나뉜다. 생명을 단축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살인 또는 자살방조로 명백한 범죄행위다. 다만,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한해 엄격한 요건을 따져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게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허용 된다.”

- 존엄사는 안락사와 어떻게 다른가.
“존엄사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다. 통상 소극적 안락사와 존엄사를 같은 의미로 혼용한다.  존엄사가 처음 우리나라에서 인정된 것은 2009년 70대 속칭 ‘김 할머니 사건’ 때부터다. 가족들이 치료 중단을 희망했음에도 의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받기에 이르렀던 사건이었다. 이미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 존엄사는 어떤 경우에 허용되나
“김 할머니처럼 회복이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른 환자에게 최우선 적용된다.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대해 환자가 미리 의사를 밝힌 경우도 허용이 된다. 평소 가치관으로 미루어볼 때, 존엄사를 선택했을 것으로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를 충족할 경우, 전문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판단을 거친 뒤 허용된다.” 

- 연명의료결정제도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김 할머니 판결을 계기로 국회에서 법을 만들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임종 과정에 있는 지는 윤리위원회가 있는 의료기관의 담당 의사와 전문의 1인이 판단토록 했다. 환자의 의사 확인이나 가족 전원의 합의가 전제 조건이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 물이나 산소, 영양분의 단순 공급은 지속해야 한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에 한해 허용되는 것인가.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법적 의사를 미리 밝혀두려면, 등록기관을 통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직접’ 작성해야 한다.”

- ‘조력사’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물이나 주사를 이용해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불러오는 치유 불가능한 질병상태의 환자 본인이 직접 죽음을 실행하는 행위다. 스위스 등 극히 일부 나라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나 의사조력사에 찬성하는 의견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은 생명권 보호와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 차원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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