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은퇴 후 최근 연금 시장의 5가지 변화...고액 노령연금 수령자 증가, IRP 급증 등

이의현 기자 2023-10-25 09:52:48

베이비부머의 끝 세대인 1963년 생들의 정년이 올해부터 본격화하면서 연금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을 시작으로 1994년의 개인연금과 이후 진화된 연금저축, 그리고 2005년 말에 도입된 퇴직연금에 이어 2007년 주택연금, 2014년 기초노령연금이 속속 도입되었다.

이로써 우리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으로 이뤄진 ‘5층 연금 보장체계’가 구축된 가운데 은퇴와 정년을 맞게 되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 후 최근 연금 시장의 변화 5가지’라는 제목으로 최근 연금 시장의 변화를 소개해 요약 정리한다.

◇ 고액 노령연금 수령자 증가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받는 노령연금을 월 200만 원 이상 받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3배나 늘어 1만 5290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매년 1월에 전년도 전국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반영해 노령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데, 지난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로 2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덕분에 고액 노령연금 수급자가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성무는 "무엇보다 고액의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저변이 크게 확대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장기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노령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 배경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노령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데는 소득대체율,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가입자 본인 평균소득과 함께 가입기간이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 넘는 사람이 받는 노령연금을 ‘완전노령연금’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월평균 수령액도 103만 원에 이른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가운데 월 100만 원 이상 수급자 비중도 2016년 3.8%에서 2022년에는 10%를 넘어섰다. 올해 3월에는 12.2%까지 올랐다.

◇ 퇴직연금 적립금 중 3분의 1은 연금으로 수령한다 
베이비부머들이 퇴직하면서 퇴직연금 수령도 함께 늘고 있다. 2002년에 퇴직연금을 수령한 계좌가 45만 7468개인데, 이 가운데 7.1%인 3만 2566 계좌만이 일시금 대신 연금 수령을 선택했다. 잦은 이직과 퇴직금 중간정산 탓에 퇴직급여 규모가 작아서 퇴직소득세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연금 수령을 선택해봐야 아낄 수 있는 세금이 많지 않다며 대부분 일시금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퇴직급여 적립금이 클 경우 일시금을 선택했을 때 퇴직소득세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그래서 연금으로 수령해 세금을 아끼고 장기 미래자금을 확보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연금액이 크면 실제 생활비에도 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2022년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계좌 가운데 연금을 선택한 계좌의 평균 수령액은 1억 5550만 원에 이른다.

연금으로 수령하는 계좌 비율도 매년 증가세다. 2020년에는 3.3%만이 연금을 선택했지만 2022년에는 7.1%로 높아졌다. 이를 금액으로 따져보면 무려 5조 639억 원에 달한다. 계좌 수 기준으로는 연금 선택 비율이 7.1%에 그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32.6%에 달하는 것이다. 연금 수급을 시작한 계좌 적립금 가운데 3분의 1은 연금으로 수령하고 있는 셈이다.

◇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 엔진이 IRP로 바뀌었다 

퇴직자가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려면 IRP에 먼저 이체해야 한다. 최근 IRP 적립금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다. 2017년 말 15조 2822억 원이었던 IRP 적립금이 2022년 말에는 57조 6238억 원으로 불어났다. 5년 동안 연평균 30%씩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168조 4348억 원에서 3335조 8935억 원으로 연평균 14.8%씩 성장했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보다 IRP시장이 2배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IRP 적립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9.1%에서 2022년 17.2%로 2배나 늘어났다. 베이비부머들의 잇단 퇴직을 계기로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을 IRP가 주도하게 된 것이다.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부머가 정년을 앞두고 있는 만큼, IRP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급증
베이비부머의 퇴직은 주택연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가입자 수가 1만 4580명이나 늘었다.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 주택연금 가입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최근 급증세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연금 수요자의 증가에서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퇴직 후 월급을 대신할 소득원 가운데 베이비부머가 보유한 가장 큰 규모의 자산이 바로 ‘주택’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주택연금만으로 노후생활비가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김동엽 상무는 “베이비부머의 퇴직으로 주택연금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 하락이 가입을 서두르게 하는 트리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국내 연금 시장, 축적에서 인출로 변화 가속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베이비부머가 노령연금을 개시하면서 고액 연금 수령자가 빠르게 늘어남과 동시에 퇴직연금의 성장 엔진이 IRP로 이동하고 있다. 적립금 규모가 큰 퇴직자가 늘어나면서 연금 선택 비율이 높아지고 주택연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엽 상무는 이 때 주목해야 할 것이 우리 사회와 금융 시장의 연금화가 진행되는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연금화는 크게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면서 “연금 형태로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1단계라면, 축적한 연금 자산을 활용해 노후 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2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사회와 금융 시장은 1단계서 2단계로 넘어가는 분수령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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