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사 상식] 자녀 벌점(child penalty)

조진래 기자 2023-10-31 08:31:09

우리나라는 세계 성 격차 지수가 전 세계 주요국 156개 나라 가운데 102위에 머물 만큼 여성에 대한 성 차별이 심각한 나라로 평가된다.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우리보다 성 평등 지수가 월등히 높은 나라에서도 출산 후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제학자인 클레븐과 랜다이스, 소가드는 성 평등 지수 세계 최고 수준의 나라인 덴마크의 여성들조차 결혼과 출산 전에는 남성과 나란히 받던 임금이 첫 아이 출산 직후에 떨어져 회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들은 자녀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이런 기괴한 현상을 ‘자녀 벌점(child penalty)’이라고 명명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녀 벌점’이 노출되는 일부 선진국들에서도 이것이 여성들에게 취업 여부나 노동시간 갈이, 시간당 임금 수준, 그리고 직업이나 회사 선택 등에 있어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자녀 벌점이 여성의 임금 벌점(earnings penalty)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공정감각>이는 책에서 “이런 현상 때문에 최근 출산 여성들 다수가 출산 직후 급여가 많은 민간회사보다는 임금은 낮지만 기족친화적 공공기업이나, 시간당 임금은 낮지만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그렇게 여성들이 떠난 자리를 남성이 반사이익을 얻어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 차별의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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