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JPX 프라임 150 인덱스 지수’를 개발했다. 어떤 지수인가. “주식시장을 3개로 나누면서 프라임 시장의 상장기업 중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고 ROE(자기자본이익률)은 높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150개 기업으로 구성한 인덱스 지수다. 주주친화적이고 자본 효율성이 높은 기업, 그리고 지배구조가 공인된 기업들을 모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JPX 프라임 150 인덱스’는 해외 투자자 관점의 기업가치 창출 여부를 기준으로 선정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PBR 공식 안에 PER(주가수익비율)이 들어가 있는 만큼, PBR은 경영관리 능력을 직관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라고 본 것이다. 즉,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PBR 항상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 업계의 트랜드를 잘 반영해 바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 진다.
2014년에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토 리포트’가 큰 영향을 미쳤다. 히토츠바시대 이토 교수는 당시 일본이 변화하는 데 필요한 1차 목표로 ‘ROE 8% 이상’을 제시했다. 2차 목표로는 10%를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현재 일본 기업의 ROE는 평균 9% 수준이다.”
- 버핏의 일본 무역상사 이토추에 대한 투자가 일본 증시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그런 부분은 있다. 하지만 ESG나 지속가능경영이 일본 증시 상승의 주요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 증시 상승의 주요 요인은 우선, 양호한 경제지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 만의 최고 수준 임금인상률(3.7%)에 5월 소비자물가지수 3.2% 상승, 여기에 14개월 연속 일본은행 목표치 2%를 웃도는 경기 지표 등이 주효했다.
다음으로, 엔저 효과로 인한 기업이익 개선 기대와 함께 해외 투자자 관점의 투자 매력도가 상승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여기에 버핏의 종합상사 투자 비중 확대가 합쳐진 것이다. 하나 더 붙이자면, 도쿄증권거래소의 주주환원 정책 요구가 있었다. 일본 상장기업의 43%를 차지하는 PBR 1 이하 기업에 대한 요구가 종합적으로 반영됐다.
그럼에도 일본 내부에서는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다. 자본의 효율적 구성을 상당히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더 강력한 제도들이 계속 나오지 않을 까 생각된다.”
- 일본은 우리에 비해 주주환원을 내세운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한 것 같다. 일본 정부도 우호적인 것 같은데, 정책 당국자들은 어떻게 보나. “과거에 일본은 너무 무거운 시장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강제로 들어가 개입할 순 없었다. 일본 정부는 그래서 행동주의 펀드에 은근히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이들은 PBR 1배 기업들에게 저평가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압력을 넣어 비효율적인 자산을 정리하게 만들어 주가를 상승시키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의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 주주환원율 면에서 우리는 30% 언저리로 미국이나 일본, 대만에 뒤져 최하위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자사주 매입 및 배당이 일본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인게이지먼트를 한국 말로 ‘주주관여’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기업과 주자자간 상호 협력의 의미가 크다. 일본에서는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실행할 때 기업의 지속가능성 이슈와 기업가치 향상의 관계를 고려한 요구사항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의 니코증권이 자체 기준으로 TOP 500 기업을 세 그룹으로 구분하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후 주가 추이를 살펴본 결과, 자사주 매입 기업의 경우 거버넌스가 낮았던 기업의 주가가 월등히 높아졌음이 확인되었다. 배당 후 주가 추이를 보면, 거버넌스가 높은 기업의 주가가 훨씬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거버넌스가 미흡한 기업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배당을 장기 이익 창출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한 경우는 재무구조가 악화되거나 추가수익 발생 기회가 차단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사주 매입은 대리인 비용의 절감을 통한 EPS(주당순이익)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에 거버넌스 우수기업은 자사주 매각으로 현금을 없애기 보다는 배당이 더 유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 실제로 자사주 매입 및 배당을 늘리는 일본 기업이 많은가? “그렇다. 9월 경에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해 일본 증시에서 일시적으로 자금을 뺀 것은 있었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은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이나 BOA 등도 보유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 근거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다. 얼마전 소프트뱅크가 의결권 없이 5년 동안 배당을 고정하는 ‘채권형 주식’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상장한 적이 있다. 자본이냐 부채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자본조달 형태를 바꾸는 노력이 먹히고 있다.”
- 일본 정부가 나서서 ESG를 강화하는 사례를 통해 우리 연금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최근 안티 ESG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금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ESG 투자의 인사이트는 무형자산에 대한 새로운 가치평가 기준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모르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된다. 미래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면, 단기적 평가가 아닌 장기투자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의미가 크다. 일본은 PRI(책임투자원칙)을 선언한 기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장기적으로 거대자금을 운용하는 연금 같은 ‘에셋 오너’ 들이다.
이들이 ESG를 중요 의사 결정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ESG 요소로 분석하는 시장이 됐다는 사실을 우리도 배워야 한다. 우리도 국내 시장의 ESG 기준이 정비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향상되고 중장기투자 시장 안정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 드린다. “ESG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ESG는 결국 ‘회계의 변화’다. 최근 IFRS(국제회계기준재단) 산하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서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결정했다. 작년말에는 EFRAG(유럽재무보고자문기구)도 유럽 기준을 마련했다. 투자 대상을 테마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 자체를 잘 들여다보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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