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테크]③ 세금 없이 가족간 돈 거래 어떻게?

이의현 기자 2023-12-11 08:10:31


결혼자금이나 전세금을 보태 주려고 자녀 통장으로 계좌이체했다가 세무서에서 증여 여부를 묻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다. 나이나 직업, 소득수준 등을 감안해 자녀가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판단될 경우 세무서는 그 자금에 대해 계좌추적을 해 증여세를 추징한다. 자칫 무거운 세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증여세 세무조사가 강화되는 추세다.

- 부모에게 빌렸다고 하면 되지 않나.
“세무당국은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에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말로 빌렸다면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다. 빌렸다는 것을 증명할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대부분 그런 증빙을 하고 돈을 부모에게서 빌리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증여세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그렇다면 증빙서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작성하는 차용증서 형식대로 구비해야 한다. 차용증을 작성하고 채무자의 인감증명을 첨부하기도 한다. 금액이 클 경우 채무자 재산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세무서는 채권자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이 명백함에도 거액의 돈을 빌렸다면 증여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 차용증을 작성할 경우 유의할 사항은 무엇인가.
“처음에 돈을 빌릴 때 차용증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세무당국에서 언제 차용증을 썼는지를 우선적으로 물어보기 때문이다. 세무서에서 나온다고 하니 부랴부랴 거짓 증서를 만들었다고 의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증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체국 내용증명이나 차용증서 첨부용 인감증명 발급 기록 등도 근거가 될 수 있다.”

- 차용증서에는 어떤 내용들을 담아야 하나.
“빌리는 금액과 상환일, 상환방법이 명시되어야 한다. 상환일이 없거나 상환일이 너무 먼 미래라면 세무당국이 증여로 보기 쉽다. 2년이나 3년 정도가 적당하다. 혹 상환일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다시 차용증을 써 계약을 갱신하면 된다.” 

- 이자율과 이자 지급방법은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좋은가.
“빌린 돈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시키려면 이자율과 이자 지불 방법도 명확히 해야 한다. 세법에서는 부모와 자식간 특수관계자들이 주고 받는 돈에 기본 이자율을 연 4.6%로 정하고 있다. 이자를 매달 지급할 지, 1년에 한 번 지급할 지도 적어야 한다. 상환기간을 너무 길게 잡거나 상환 만료일에 한번에 주겠다고 하면 증여로 보이기 쉬우니 피하는 것이 좋다.”

- 실제로 이자를 주고 받아야 하나. 
“이자를 지급하면 부모는 이자소득이 생기게 되니 세무당국 입장에서는 소득세를 부과할 여지가 생긴다. 금융소득에 대해선 27.5%의 세율이 적용된다. 부모가 이를 세무서에 신고하면 증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 부모와 지식 간에 이자 부담이 너무 큰 것이 아닌가.
“세법에는 무상이나 낮은 이자로 받은 이익이 1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증여세를 계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를 연이율 4.6%로 역산하면 2억 1700만 원 가량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이 정도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금액 이하로는 무이자로 빌려줘도 세금을 피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을 빌린다면 연 4.6% 이자율을 적용한다는 얘기다.”

- 차용증을 작성해 두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차용증을 작성해 두는 게 좋다. 시간은 현재 날자로 적으면 된다.  돈 빌린 내역을 자세히 적고, 세무 전문가와 함께 ‘차용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다음 순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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