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늙자' 슬로우 에이징’ 테크 ③ 수면장애 극복 이렇게

조진래 기자 2023-12-15 08:36:47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들 한다. 활동량이 줄고 잠자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면증 탓에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낮 생활도 어렵고 신체적·정신적으로 무리가 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 가지를 얘기한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첫 번째이고 두번째는 역설적으로,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필요한 경우 수면제를 적절히 잘 활용하라고 말한다. 

◇ 노후의 불청객 ‘불면증’
불면증은 매우 흔하지만 간과되기 쉬운 증상이다. 잠이 부족해지면 고혈압과 당뇨,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각종 질환의 유병률이나 그로 인한 사망률까지 높일 수 있다. 업무 처리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우울과 불안, 자살 같은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불면증은 보통 일시적이지만 만성 불면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를 막으려면 잠을 못자게 하는 원인을 파악해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 같은 정신과적 증상이다. 특히 우울증에서도 불면증이 흔하다. 잠이 늦게까지 잘 안들고, 중간에 자주 깨고, 꿈이 많아지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면장애 가운데 ‘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라는 것이 있다. 낮고 밤이 바뀌는 증상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호흡이 멈추거나 코를 심하게 곤다. 쉽게 잠이 들지만 자주 깨고 낮에 졸린 것이 특징으로, ‘수면다원화 검사’가 필수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가 있는데, 정 교수는 “호흡근의 긴장을 약화시켜 무호흡이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전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질환이다. 주기성 사지운동장애는 자는 동안 다리를 툭 터는 행동을 반복한다. 자주 깨는 것이 특징이다. 이 두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철분 대사 이상, 도파민 기능 이상 등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파킨슨에 사용하는 도파민 효현제가 효과적이며, 철 결핍 시 철분을 보충해 주면 증상이 나아지기도 한다.

렘수면 행동 장애도 있다. 싸우면서 쫓기거나 공격당하는 등의 꿈을 꾸면서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한다.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벽을 치면서 다치는 경우가 있다. 파킨슨이나 루이소체 치매와 같은 질환이 동반될 수 있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 낮 동안 졸린 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기민병도 있다. 

◇ 수면제 없이 치료하는 법
불면증 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우선이다. 수면과 관련된 잘못된 믿음이나 생각, 그리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망치는 행동 등을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수면위생교육, 수면제한법, 자극조절법, 이완요법, 인지치료 등이 있다. 

수면위생교육은 ‘수면위생의 십계명’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다음날 피곤하지 않을 정도만 잠을 자고, 아침에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조용한 취침 환경을 만들고 적당량의 운동을 권장하는 방법이다. 다만, 강박적으로 이를 지키려다 되레 과도한 불안과 각성이 와, 불면 중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면제한법은 누워있는 시간을 줄여 수면효율(누워있는 시간 대비 실제 잔 시간)을 높이는 방식이다. 수면효율 비율이 85%가 될 때까지 밤에 누워 있는 시간을 15분 또는 30분씩 줄여가는 것이 실천 방법이다. 기상 시간을 정하고 몇 시간 정도 자면 만족할 지를 스스로 측정해 실천하는 방식이다. 

자극조절법은 수면을 방해하는 여타 활동들을 잠자리 이외의 장소에서 함으로써 잠자리와 수면을 연결시키는 것이 목표다. 졸릴 때만 눕고, 잠이 오지 않으면 10~15분 정도 후 다시 일어나고, 다시 졸릴 때 잠을 청하는 식이다. 이완요법은 복식호흡, 점진적 근육이완법 등 신체의 근육을 이완시키면서 잠을 잘 잘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치료법이다. 

인지치료는 하루에 8시간은 자야 한다든가, 부족한 잠은 어떻게든 보충해야 한다 등의 잠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교정하는 치료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고, 기상 시간을 기준으로 7시간 전에 잠자리에 든다. 둘째, 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는 잠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이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 수면제 치료법
수면제 등으로 활용되는 약물은 잠이 잘 들지 않을 때 자주 사용하는 벤조디아제핀, Z-수면제와 중간에 자주 깰 때 좀더 자주 사용되는 항히스타민 기전 수면제, 멜라토닌 수면제 등이 있다.

 수면제 혹은 수면유도제는 잠을 잘 자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수면제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다. 정석훈 교수는 “수면제가 안전하냐 아니냐는 논란 이전에, 수면제를 제대로 사용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수면제는 어떻게 사용해야 좋은 것일까. 정 교수는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우선, 수면제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둘째, 잠들기가 어려울 때와 중간에 자주 깰 때 등 환자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셋째, 수면제 복용 시간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정 교수는 “수면제는 자고 싶은 시간에 먹는 약이 아니라 잠이 올 무렵에 먹어야 하는 약”이라며 “기상 7시간 전 잠이 올 무렵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잠이 올 때가 안되었는데 수면제를 복용해봐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잠을 자려는 욕심을 버린다면 수면제를 쓰는 빈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제의 부작용도 간과해선 안된다. 정 교수는 그 가운데 가장 주의해야 할 것으로 ‘섬망’과 ‘낙상’을 든다. 졸피뎀으로 대표되는 Z-수면제는 용량이 늘어나면 야간에 자다가 일어나 무언가를 먹고 자는 데도 다음날 기억이 나질 않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수면제에 대한 과다한 의존이나 중독, 내성도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한 번에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장기적으로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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