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산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연금 관리 전략은?

박성훈 기자 2023-12-15 09:11:03

‘월급사회’에서 ‘연금사회’로의 본격 변화에 대비한 제도 정비와 논의 필요

연금은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노후에 훨씬 중요하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최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TV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노후 대비 연금 관리 전략과 제도적 개선 필요점 등을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김 고문이 전하는 자산인출 전략을 일문일답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 우리나라는 아직 자산인출시기의 연금전략에 관해 제도적 준비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보나.
“네덜란드의 생애자산관리시스템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는 자산축적기간에는 DCD라는 제도를 통해 집단으로 기금을 모아 운용토록 해 자산축적과 효율적 관리를 극대화하고, 자산인출기간에는 인출과 동시에 종신연금으로 수령토록 한다. 종신연금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니 연금전환율도 높아지고, 자산을 늘리는 노력 만큼이나 안전하게 운용된다.

우리나라도 TDF나 디폴트 옵션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서 자산축적제도는 이제 정비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자산인출제도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2040년이 되면 연금받는 사람과 월급 받는 사람 수가 같아지게 되는데, 아직은 준비와 인식이 부족한 형편이다. ‘월급사회’에서 ‘연금사회’로의 변화에 대한 제도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 연금을 잘 수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인출시 리스크를 잘 따져봐야 한다. 연금은 크게 보아 공적연금 및 종신연금, 그리고 자가연금 및 계좌인출연금으로 나뉜다. 이 둘을 잘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산인출기에는 어떤 리스크들이 있나.
“자산은 축적보다 인출이 더 어렵다. 은퇴 시기에는 자산이 극대화되어 있는 시기다. 자산 인출 시에는 특히 수익률이 중요해 진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자산을 팔아 인출하는 경우엔 자산이 확 줄어 자산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때문에 투자를 해서 수익률을 올릴 것인지, 아니면 노후자산 전체를 고려해 투자를 억제할 지 망설여 진다. 그래서 자산인출 때 어떤 금융상품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런 상품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가장 신경 써야 한다.”

- 자산축적 때보다 자산인출 때 더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구매력 리스크다. ‘물가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말처럼, 물가가 오르면 자산의 실질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자산의 운용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1%포인트 이상은 높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자산 축적기인 젊을 때는 근로소득이 있고 급여도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오르지만, 자산인출기가 되면 근로소득도 없어지고 금융자산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 부담이 크다. 가만히 앉아서 내 자산이 감가상각을 당할 수 있으니 자산을 옮겨야 한다.

두번째는 장수 리스크다. 이른바 ‘수명예측 오차’의 문제다. 90살까지 살 것이라 생각했는데 100세까지 살게 되면 연간 지출이 3000만 원이라 가정해도 10년 동안 3억 원의 오차 금액이 발생한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처해, 오래 살아도 자신의 자산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인지리스크에 따른 소득 자동화 전략도 필요하다. 70세 후반이 되면 인지능력이 약화되기에 고령 후반을 대비한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해 지므로, 매달 소득이 생기도록 만들어 놓아야 안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수익률 순서 리스크다. 은퇴 초기에 투자 수익률이 좋으면 노후를 거의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노후가 어려워진다. 결국 은퇴 초기에 자산을 잘 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매우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 어떤 금융상품으로 세 가지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금융상품의 선택 및 배치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이 있다. 사망 때까지 지급되고 물가상승분까지 반영이 되니 세 가지 리스크 모두 방어할 수 있는 완벽한 상품이다. 다만,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고 절대 금액이 부족해 이것만으로는 노후에 적정 지출금액을 충당할 수 없다. 올해 국민연금 수령자들의 평균 수령액이 103만 원 수준이다. 서울시 기준으로는 은퇴 후 적정 지출금액이 330만 원이라고 한다. 결국 나머지는 사적연금 등 자가연금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간종신연금이 그 중 하나다. 장수리스크나 수익률 순서 리스크는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구매력 리스크 방어가 어렵고 수익성이 낮다. 금액이 확정되어 있어 연금의 실질수익이 떨어지고 연금전환율도 낮다. 주식의 경우 구매력 리스크 방어가 가능하고 수익성이 높을 순 있지만 은퇴 초기에 시장이 폭락할 경우 수익률 리스크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 예금 및 채권은 기한이 정해진 상품이다 보니 역시 장수리스크 헷징이 어렵다. 구매력 리스크가 가장 취약하다. 기간이 길수록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결국 세 가지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상품은 공적연금 밖에 없다는 얘기인가.
“문제는 이것으로는 은퇴 후 전체 필요 금액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 밖에 충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떤 상품도 모든 리스크를 최소화해 한 번에 방어할 수 없으므로 결국 어떻게 상품을 배분하느냐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노후 금융상품의 3가지 축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첫째는 Annuity이다. 종신연금이나 장수연금, 정기연금 등이 있다. 종신연금은 60세부터 평생 연금을 수령하고, 장수연금은 60세에 연금에 가입해 85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식이다. 기간이 기니 연금금액도 훨씬 많아진다. 이연연금의 일종인 셈이다. 정기연금은 기간을 정해 놓은 연금이다. 

Income Drawdown은 일종의 자가연금이다. 리츠나 채권 같은 인컴자산은 물론 월분배펀드, 물가연동채권 등이다. 계좌인출연금 형태로, 변동성을 갖게 마련이다. Hybrid는 최저보장 분배금이 구조화된 상품이다. 투자와 연금의 혼합형이라고 보면 된다. 일정 기간 가입을 전제로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이 세 가지를 이상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호주에서 관련 연구를 깊이 있게 했다고 들었다.
“호주에서 10년 전부터 자산인출기에 어떻게 인출해야 가장 효과적인가를 연구했다. 그래서 권고한 것이 CIPR(Comprehensive Income Product for Retirement)이다. 장수연금과 계좌인출연금을 결합한 연금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낸다는 결론이었다. 예를 들어 7억 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면, 2억 원 가량은 장수연금에 가입했다가 80~85세가 되면 종신연금을 개시하는 식이다. 나머지 5억 원은 계좌인출식으로 연금을 수령하면 된다. 

즉, 평균 수명까지는 계좌인출연금이나 자가연금으로 배당주나 리츠, 채권인컴형 등을 운용하면서 ‘중위험 중수익’ 형태로 소득을 창출해 85세 정도에 마무리되도록 설계하고, 은퇴 초기부터 불입하기 시작한 장수연금으로 장수 리스크를 해결하고 자동소득화해 소득을 창출하라는 얘기다. 소득도 내면서 안전성도 담보되는 전략인 셈이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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