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를 유난히 잘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세수를 하다가, 혹은 코를 풀다가 코 피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는 매일 코피를 흘리거나 피딱지를 콧속에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코피가 자주 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본다. 첫째는 건조한 공기, 둘째는 외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콧병이다.
◇ 잦은 코피의 원인은? 평소에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만성 비염 증세를 가진 김민후(가명) 씨가 있다. 그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거의 예외없이 새벽 2~3시 쯤 깬다. 코가 막혀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어서다. 자다가 자신도 모르게 코를 푸는 경우도 생긴다. 일어나 세면대로 가서 코 속에 든 피딱지를 풀고 나서 다시 잠을 청하기 일쑤다. 이렇게 만성 비염이 있는 사람이 건조한 상태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코피가 더 자주 날 수 밖에 없다.
비강건조증은 잦은 코피의 중요한 원인이다. 코피가 잦으면서 평소에 코가 마르고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후각이 떨어진다면 비강건조증을 의심할 수 있다. 노년층에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비강 점막이 크게 부은 것도 아닌데 코가 자주 막히는 느낌이 든다면 그 역시 징후일 수 있다. 건조함이나 미세먼지 같은 주변 환경 탓도 있다.
가볍게 지혈되는 코피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경미한 코피일 경우 휴지나 솜으로 코를 막고 고객을 살짝 숙인 상태에서 양쪽 콧방울 위를 누르고 5분 정도 지나면 어렵지 않게 코피를 멎게 할 수 있다. 이런 경미한 코피는 ‘전방 비출혈’이라고 해서 코 앞쪽의 혈관에서 자주 발생한다. 특히 코 속에 바로 잡히는 말랑 뼈인 키셀바흐 부위에서 모세혈관이 작은 자극에도 쉽게 터져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지혈이 잘 되지 않고 계속 피가 나는 경우다. 비강 깊이 안쪽에서 나는 ‘후방 비출혈’인데,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환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출혈의 원인이 되는 코 속 혈관을 묶거나 레이저 혹은 전기 요법으로 소작하는 방법이 자주 이용된다.
◇ 코피 예방 이렇게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병원장은 별다른 콧병이 없는데도 코피가 자주 나는 사람들에게 사전 예방이 가능한 다섯 가지 팁을 준다. 첫째, 적절한 습도 유지다.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면서 건조한 환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둘째, 코 세척이다. 아침 저녁으로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고, 평소에도 스프레이 병에 넣어 다니며 수시로 뿌릴 것을 권한다.
셋째, 바셀린 연고도 유용하다. 바셀린 연고를 면봉에 묻혀 콧구멍 속에 잘 바른 뒤 숨을 들이마시면 효과가 있다. 넷째, 코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코를 파거나, 세게 코를 풀지 말고, 코를 강하게 문지르며 자극하는 것도 피하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마스크의 생활화다. 잘 때를 제외하고는 일반 마스크나 덴탈 마스크를 느슨하게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 코 세척 이렇게 우리 콧속의 비강은 늘 건조한 공기와 먼지, 바이러스 등에 노출되어 있다. 염증성 분비물로 콧속이 가득 찬 경우도 있다. 코 안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만으로도 코 안의 수분을 유지시켜 주어 콧병 예방에 탁월한 효험을 볼 수 있다. 장기간 코 세척을 해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지속적인 코 세척을 권한다.
코 세척은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다. 우선, 체액과 염도가 같은 0.9%의 소금물, 즉 생리식염수가 필요하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코 세척 전용 용기도 필요하다. 고개를 살짝 숙여 옆으로 돌린 후, 콧구멍 윗쪽에 생리식염수를 천천히 번갈아 집어 넣으면 된다. 생리식염수의 양은 한 번에 200cc를 넘기지 않는다. 하루 한 번이면 족하지만 특별히 코 막힘 증상이 있으면 두 번 정도도 가능하다.
코 세척이 필요하더라도 신중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귀 쪽에 불편함이 있으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중이염을 자주 앓는 사람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비강과 연결되어 있는 귀 안쪽의 ‘중이’가 자칫 흘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