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이렇게]⑨ 비주택 담보대출

이의현 기자 2024-04-17 07:55:38

어느 정도 노후 자금을 모아둔 은퇴자들이 선택하는 것 중의 하나가 ‘건물 투자’다.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근린생활시설, 더 나아가 꼬마빌딩에 투자하면서 모자란 자금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어떤 성격의 건축물인지 먼저 제대로 파악하고 난 후, 금융권 대출이 실제 얼마나 가능한지를 알아본 후에 투자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대출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 생활형 숙박시설
생활형 숙박시설은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장점이 합쳐진 건물이다. 각 방마다 소유자가 다르고, 생활형이라는 이름답게 취사가 가능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 생활형 숙박시설에 투자했다가 많은 사람들이 낭패를 보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초 목적대로 ‘숙박시설’ 용도가 아니라 ‘주택’으로 사용하려 했다가 불법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정부도 용도 전용에 대해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투자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자 정부도 뒤늦게 생활형 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면 규제를 면해 주고 이행 강제금 부과도 연말까지 유예해 주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주택으로의 전용은 불법이다. 오피스텔로 바꾸려 해도 주택에서 요구하는 주차 대수 확보 등 새로운 규제를 충족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은행은 경매를 통해 이뤄진 생활형 숙박시설의 대출을 취급할 때, 경매 낙찰가률을 가장 많이 참고한다. 낙찰가율이 낮을수록, 건물이 노후화되었거나 건물의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대출을 해 주는 경향이 많다. 낙찰가율이 낮으면 대출에 필요한 LTV 비율도 낮아지는 것도 한 이유다.

◇ 근린생활시설
건축물의 용도가 주택이 아니라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되어 있는 건물에 전세를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주차 대수 규제 등 다양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건물주가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아 세를 내 주는 경우다. 이럴 때는 전세자금 대출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이런 건물에 세를 들어갈 때는 반드시 건축물대장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최근 뜬 ‘수익형 부동산’이라며 고시원이 뜨겁게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투자 수익률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낡으면 낡은 대로 저렴하게,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 곳은 또 나름의 새로운 수요가 있어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고시원 역시 근린생활시설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고시원에서 대출을 제대로 받으려면 신탁대출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꼬마빌딩
대출을 적극 일으켜 꼬마빌딩을 구입해 건물주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개인사업자 명의보다는 법인 명의가 유리하다. 법인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 매개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물게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새롭게 인테리어를 해 가치가 높아진 경우라면 90% 정도까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대출이 많이 나온다 해도 무조건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꼬마빌딩에 투자했다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노후에 정신적 금전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건물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칫 대출 이자를 내기 위해 또 다시 대출을 받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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