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자녀가 아이를 낳고 상대방과 헤어졌다면 부모가 함께 양육비 지급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양육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들을 위한 조치지만, 자칫 부모의 양육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어 최종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미성년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들에게도 같은 판례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날 것이란 우려도 낳는다.
◇ 법원, 미성년 비양육자와 부모에 연대책임 물어
대구가정법원 김천지원은 최근 미성년자인 A씨(여)가 역시 미성년자인 아이 아빠와 그의 부모를 상대로 낸 인지청구 등 소송에서 “미성년자인 비양육자와 그의 부모는 연대해 과거 양육비 및 장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미성년자인 A씨는 중락교때부터 교제해 온 또다른 미성년자 B씨와 교제하던 중 지난 2022년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이 출산 후 헤어지게 되었고, 넉넉치 않은 가정 형편에 미성년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던 A씨는 결국 B씨에게 양육비를 청구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청했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해 B씨를 상대로 아이에 대한 인지청구 및 친권자·양육자 지정, 양육비 청구 소송을 검토했다. 하지만 B씨 역시 미성년자였기에 양육비를 부담할 사실상의 경제 능력이 없었다. 혹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양육비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 미성년 손주 홀로 양육하는 조부모가 같은 상황이라면?
법률구조공단은 A씨가 현실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비양육친(자녀를 키우지 않는 부모)이 부양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경우, 그의 부모가 양육친(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B씨에게는 양육비를 청구했다.
B씨에게는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 직전까지, 그의 부모에게는 미성년자인 B씨가 성년이 되기 직전까지의 과거 및 장래 양육비를 청구한 것이다. 이에 법원도 공단의 청구를 받아들여 B씨와 그 부모의 연대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법원은 B씨 부모의 소득자료 등을 토대로 과거 및 장래 양육비를 계산하라고 주문했다. 공단 측은 이번 판결이 미성년 부모를 상대로 한 자녀의 양육비 청구에 대한 실효적 수단이 되어 향후 유사 판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모 없이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가 손주를 키우는 가정들의 경우 같은 사례가 발생했을 때 열악한 환경의 조부모에까지 연대책임을 물을 소지를 남긴 판결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와 최종심의 판결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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