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부터 뇌경색을 앓아 투병과 장애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사회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해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기부를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너무 큰 상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올해 ‘2024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윤판용(65)씨는 과거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심한 장애를 안게 됐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말도 정확히 할 수 없을 정도여서 삶의 의욕을 잃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입소한 복지시설에서 성실하게 재활 훈련을 받으며 조금씩 몸과 마음을 회복하며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을 밖으로 돌려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돌보기 시작했다. 정기 기부 후원을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윤판용 씨는 2006년부터 익산 지역 장애인 복지시설 2곳에 매달 정기 후원을 하면서 지금까지 모두 630만 원을 기부했다. 2020년부터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한국 백혈병 어린이재단에도 매달 정기 후원을 시작해 현재까지 820만원을 지원했다.
이후 그에게 기부는 생활이 되었다. 지금은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1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았다, 지난해 5월에는 전북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치료 중인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평생 모은 2000만 원을 쾌척했다.
넉넉한 삶이 아닌데도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세상과 나누는 윤 씨의 나눔의 삶은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그가 사실상 돌봄이 필요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건설현장을 돌며 소년 가장 역할을 하며 어렵게 살아왔기에 더욱 큰 감동을 준다.
윤 씨는 기부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며 번 한 달 70만 원을 돈을 허트루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았다. 그렇게 목돈이 쌓이면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해 선뜻 기부금을 내놓았다. 그에게 액수는 문제가 아니었다.
작은 기부금이라도 그 돈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데 쓰인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그는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싶어서 나눈다”며 겸손해 했다.
윤 씨는 현재 장애인 직장재활시설 ‘동그라미’에서 일한다. 이 곳의 송정화 대표는 “윤 선생님의 신분증에는 각막기증과 장기기증 스티커가 붙어 있다”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나누겠다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져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주변의 칭찬을 윤판용 씨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는 “큰 일도 아닌데 이런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럽다”며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이웃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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