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산림 치유 프로그램 ‘구로형 산림처방’ 운영
2025-04-19

시니어들이 찾을 만한 문화시설은 우리나 해외 선진국이나 그리 많지 않다. 새로운 문화행사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뿐만아니라 지역적으로 문화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사는 시니어들은 더욱 그렇다. 대도시라도 예외가 아니다. 대도시의 노인 소외는 국내외 많은 나라에서 꽤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진다.
그런 점에서 201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처음 시작된 문화교류 프로젝트 ‘쿨투어리스텐호흐 2(KULTURISTENHOCH 2, 약어 KH2)’가 큰 주목을 끈다. 함부르크 고등학생들의 교육과 봉사 프로그램인 ‘KH2 프로젝트’는 세대 간 공동 문화체험이 핵심이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홈 페이지를 방문하면,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프로젝트는 노인과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사회문화연대의 성격을 지닌 함부르크 시민단체에서 사회적으로 노인들의 고독과 소외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도시에 거주하면서 경제적 기반이 넉넉하지 못한 계층을 우선 대상으로, 노인들에게 도시 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문화행사나 예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문화체험을 수단으로 젊은이들과 시니어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이끌어냄으로써 세대 간 다양한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함부르크에서는 10여 개 고등학교에서 125명이 넘는 학생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계속 참여 인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에 이 소식을 전한 김수민(독일 베를린대학 박사과정) 씨는 “프로젝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인들은 학생들의 배려심 있는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고, 학생들은 지역 내 어른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 세대 간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독일을 중심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도시들은 노인들의 문화생활과 예술, 취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한 모금도 시작했다. 노인 복지에 관련된 재단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재단에서도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후원자 측에서는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교류라는 새로운 시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독일 남부 뮌헨에서도 이 프로젝트와 자매결연을 맺을 계획이라고 한다.

KH2 프로젝트에서는 노인들이 자신들의 삶의 일부를 추억할 수 있는 새로운 행사 ‘KH2 비오그라피쉬(biografisch)’를 준비 중이다. 비오그라피쉬는 ‘자서전의(biographical)’라는 뜻이다. 노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체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이를 책으로 발간하는 활동이다. 인터뷰어가 중학생 이상으로 이루어진 지역 내 중·고등학생 또는 대학생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새롭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30여 쌍이 팀을 이뤄 구술 기록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인터뷰어에 지원할 수 있으며, 참여 노인 연령대는 62세에서 95세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문화나 예술에 대한 체험, 삶의 이력과 관련된 주제들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학생들은 이를 통해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시에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들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한다.
2021년 가을에 KH2 프로젝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독일 내에서 상영되었고, 2022년 가을에는 젊은 세대와 시니어의 인터뷰 진행 내용과 자전적 삶이 함께 수록된 <하지만 나는 이야기할 것들이 없다네(Aber ich hab doch garnichts zu erzahlen)>가 발간되어 주목을 끌었다. 예술·문화 관련 32개의 시니어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지난 해 2월 함부르크 곳곳에서 열린 도서전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자서전 기록 프로젝트를 지속하면서 여러 도서전을 통한 낭독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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