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생활 속 건강’] 손가락이 휘는 ‘굴지증’

이의현 기자 2023-05-03 15:39:56
어느 순간 자신의 손가락이 굽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이를 ‘굴지증’이라고 한다. 주로 새끼손가락이 앞이나 뒤, 혹은 옆으로 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아이에게서 나타나기 쉬워 부모들이 크게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태훈 윌스기념병원(수원) 관절센터 원장에게서 굴지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들어본다.


- 굴지증은 주로 어느 연령대에 많이 나타납니까.
“굴지증은 1~4세의 유아기나 10~14세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납니다. 선천적으로 뼈가 굽어져 있거나 손가락을 구부리는 인대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굽어진 각도가 심하지 않으면 기능 장애까지 초래하지는 않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일정 각도 이상으로 손가락이 굽은 경우 절골술이나 인대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후천적인 요인이 있나요.
“새끼손가락이 휘어지는 증상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대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는 스마트 폰이 한 원인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5G로 넘어오면서 스마트 폰의 무게가 점점 커지는 것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 스마트 폰이 얼마나 무겁다고 손가락까지 휘게 하나요.
“대부분의 스마트 폰은 무게가 150~200g 정도입니다. 접는 폴더형 스마트 폰이나 듀얼 스크린의 경우 340g까지도 합니다. 여기에 케이스와 각종 액세서리를 장착하면 더 무게가 나갑니다. 지갑형 케이스에 카드나 신분증 등을 함께 넣어 다니면 더 무게가 나가게 되겠지요. 이렇게 무거운 스마트 폰을 장시간 사용하다 보면 손가락이 압력과 힘을 받으면서 변형되기 쉽습니다.”

- 새끼손가락이 특히 많이 휘는 것도 스마트 폰 때문인가요.
“대부분 사람들은 스마트 폰을 새끼손가락에 걸쳐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가락을 굽히고 펼 수 있도록 하는 인대가 측부인대 입니다. 그런데 스마트 폰의 무게 때문에 새끼손가락 옆 방향에 힘이 들어가면서 이 인대가 늘어나 새끼손가락이 휘어 보입니다. 실제로 스마트 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새끼손가락의 모양이 변형되면서 근육과 힘줄이 미세하게 찢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새끼손가락뿐 아니라 손목에도 통증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부종이나 마비 증상까지도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굴지증이 다른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나요.
“새끼손가락 측부인대가 늘어나면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됩니다. 운동성이 큰 엄지손가락 관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목뼈 관절과도 분리돼 있어 손상되기 쉽습니다. 이 역시 스마트 폰 사용이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손가락은 통증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게 됩니다. 손가락이나 손목에 통증이 느껴지면 가능한 스마트 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불가피하게 써야 할 경우에는 스마트 폰 무게를 모든 손가락에 골고루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스마트 폰을 책상이나 거치대에 두고 사용할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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