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퇴 전이라면 노후준비는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으로

조진래 기자 2023-07-04 08:39:17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부동산에 여유자금을 묻어두려는 경향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처럼 들쭉날쭉한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특히 현금화가 즉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아무래도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의 분석 결과를 봐도, 은퇴 전 가구의 경우 노후준비에는 금융자산이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 여전히 은퇴 전 노후 준비 미흡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100세시대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에서 ‘가구주와 배우자의 생활비 충당 정도’에 대한 질문에 ‘충분히 여유 있다’는 응답은 2.5%, ‘여유 있다’는 응답은 8.1 %에 불과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33.1%였고 ‘부족하다’(39.3%)와 ‘매우 부족하다’(17.0%)는 응답은 56.5%에 달했다.

 ‘충분히 여유 있다’ 혹은 ‘여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특히 공적연금과 개인 저축액 또는 사적연금의 투자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슷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경우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가구가 노후준비 상황이 더 좋게 나타났다. 역시 노후준비에는 금융자산이 실물자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황영하 연구위원은 “우리 국민들의 노후준비 상황은 절대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노후준비 시기는 은퇴 후가 아니며, 은퇴 전에 어떻게 노후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은퇴 후의 생활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0세 이상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에서 주요 생활비 마련 방법을 알아보았더니 ‘충분히 여유 있다’는 응답가구에서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이 41.0%, ‘개인 저축액 또는 사적연금’이 28.2%, 임대수입이 17.8%로 나타났다. ‘여유 있다’는 응답 가구에서도 공적연금이 48.8%, ‘개인 저축액 또는 사적연금’이 10.4%, 임대수입 비중이 17.9%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생활비 충당이 보통 이상으로 여유있는 가구에서는 공적연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해 노후에 가장 확실한 생활비 마련 방법임을 입증했다. 이어 ‘충분히 여유 있다’라고 응답한 가구에서는 ‘개인 저축액 또는 사적연금’이 28.2%로 나타나 다른 가구 대비 현격하게 높았다. 여유 소득이 있는 경우 별도로 저축을 하거나 사적연금을 모으면 노후생활에 크게 보탬이 된다는 얘기다.

◇ 금융자산 증가 불구, 노후준비에는 금융자산을
가구주가 미 은퇴한 전체가구에서 자산은 2019년 4억 5000만 원에서 2022년 5억 6000만 원으로 25.4%나 증가했다. 금융자산이 14.0% 증가한 데 반해 실물자산은 부동산 가격 상승 덕분에 29.3%나 증가했다. 50대에서는 금융자산이 16.1%, 실물자산이 36.2% 증가했고 40대도 금융자산 10.5%, 실물자산 32.3%이 각각 증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자산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큰 폭의 자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 은퇴 가구의 노후준비 상황은 절대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준비가 ‘아무 잘 되어 있다’는 응답이 1.0%에 불과했고, ‘잘 되어 있지 않다’(38.6%)와 ‘전혀 되어 있지 않다’(14.0%)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2019년 조사 때의 39.6%, 16.1% 보다는 약간 개선된 것이지만 자산의 큰 폭 증가를 감안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치다.

노후 준비의 성패를 실제 가늠할 수 있는 연령대는 은퇴가 임박한 50대일텐데, 50대 가구주가 미 은퇴한 가구의 노후준비 상황 역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잘 되어 있다’는 응답은 고작 1.1%에 그쳤고, ‘여유 있다’는 응답도 8.7%에 불과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39.5%였고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은 36.8%,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은 14.0%로 나타나 50대 가구의 절 반 이상이 여전히 노후준비 부족 상태임을 보여 주었다. 

50대 가구주가 미 은퇴한 가구의 노후준비 상황 별 자산 구성을 보면 비 수도권의 ‘아주 잘 되어 있다’ 가구는 수도권의 ‘잘 되어 있다’ 가구 대비 자산은 약 3억 6000만 원 적으나 금융자산은 약 4000만 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 수도권의 ‘잘 되어 있다’ 가구도 수도권의 ‘보통이다’ 가구 대비 자산은 별 차이가 없지만 금융자산은 8000만 원 가량 많았다.

황영하 연구위원은 “수도권과 비 수도권의 지역별 물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비슷한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가구가 노후준비 상황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것이 노후준비에는 금융자산이 실물자산보다 더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금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데다 지급금액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 소비계획을 세우기 쉬우며, 연금 자산 적립 및 연금 수령 시 세제 혜택이 있고 다른 투자 경험까지 발생시키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래·이의현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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