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부모 돈으로 해외 투자했다면 '명의신탁' 아니라 '증여'”

박성훈 기자 2023-08-07 08:46:00

부모의 돈으로 해외 부동산이나 법인에 투자했다면 명의대여가 아니라 증여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가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어머니 B씨가 2015년에 국내 부동산을 팔아 받은 매매대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받은 후 세 차례에 걸쳐 총 1억8000만엔(약 17억 6000만 원)을 일본으로 송금했다. 이 가운데 7785만엔(약 7억원)을 일본 부동산 투자에, 1억엔(약 10억원)은 B씨가 지분 100%를 가진 일본 법인에 투자했다. 

국세청은 해외에 투자한 이 돈이 모두 증여에 해당한다며 9억 1000만 원의 증여세를 A씨에게 부과했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다.

조세심판원은 A씨가 직접 사용한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니머지 500만엔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한 증여세는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관악세무서는 A씨에게 증여세 6억 600만 원을 다시 부과했다.

그러자 A씨는 이번에는 "B씨가 일본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위반으로 일본에서 강제퇴거 대상자가 되었기 때문에 대신 부동산을 취득해 준 것일 뿐"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일시적으로 A씨의 명의를 사용했다는 주장이었다.

행정법원은 그러나 이러한 A씨 측의 해명에 대해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가 1억엔을 법인에 직접 투자하려 했으나 은행에서 고액을 직접 송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 A씨를 통해 투자한 것이라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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