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학회 "노인주거권 침해하는 임차요양원 허용 반대"

이의현 기자 2023-08-21 11:21:39

정부가 추진 중인 '임차 요양원'에 대해 19개 보건·복지학회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인 거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보다 종합적인 장기요양 공공성 증진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노인복지학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등 19개 보건·복지 관련 학회들은 21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지난 19일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렸던 정부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들 학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노인요양시설이 돌봄제도의 공공성 추구라는 시대적 사명과 정확히 역행하는 행태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정부는 현재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의 제한 규정을 없애고 임차로도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입소자의 주거 안정과 노인요양시설 난립을 막기 위한 규제 장치를 풀겠다는 것이어서 관련 학회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회는 "임차 제도를 허용하면 노인요양시설 공급자는 전세, 장기 리스 등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면서 "시설 재정 상태가 악화하거나 시설의 모기업이 갑자기 파산해 노인요양시설이 폐업하면 노인들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적은 자본금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 투기성 자본의 유입이 심화할 수 있다"며 "과거 영국에서도 노인요양시설 750개를 보유하고 있던 서던크로스(Southern Cross)가 2012년에 파산하면서 노인 3만 명이 오갈 데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반대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노인요양시설에서도 사모펀드 같은 투기성 자본들이 시설을 운영하는 공급자로 나선 결과, 수익 극대화에 집중하며 3∼7년 후에 시설을 매매하고 시장을 떠나버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노인 요양은 결국 '재가 서비스'로 가는 것이 노인의 삶의 질도 높이고 재정부담도 절감하는 길"이라며 "정부는 노인요양시설 임차허용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종합적인 장기요양 공공성 증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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