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금융지원 받은 자영업자 대출연체가 더 크고 빨라… 저소득 자영업 ‘한계’ 내몰려

조진래 기자 2023-05-30 16:45:13


저소득 자영업자들이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급속히 높아지며 정부지원에 더 이상 매달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소득 수준별 대출 잔액·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19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의 1014조 2000억 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1000조 원을 넘어서며 다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연체율 속등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비율이 지난해 3분기 0.19%에서 4분기에는 0.26%로 0.07%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 0.29%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그만큼 자영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소득별로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살펴보면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은 작년 3분기 0.7%에서 4분기에 1.2%로 0.5%포인트 높아져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1.3% 이후 3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소득 상위 30%의 고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 역시 0.7%로 2020년 2분기(0.7%) 이후 2년 6개월 내 최고 수준이었고, 중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3%로 2021년 4분기(1.3%)와 같았다. 

저소득 자영업자들은 연체율 전체 규모는 물론 최근 3년간 대출 증가 폭도 가장 컸다.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이 2019년 4분기 70조 8000억 원에서 2022년 4분기에 119조 9000억 원으로 7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득층은 64.7%(112조 9000억 원→186조 원), 고소득층은 42.4%(501조 2000억 원→713조 90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 대출 길이 막하면서 저소득 자영업자들이 금리도 높고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더 큰 2금융권 대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2019년 4분기∼2022년 4분기까지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은 45.8%(49조 3000억 원→71조 9000억 원) 늘어난 반면 상호금융 대출은 2.3 배(16조 1000억 원→37조 1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보험사 대출도 2.1배(8000억 원→1조 7000억 원)나 늘었고 카드나 캐피탈 같은 고금리 여신전문금융회사 대출도 57.9%(1조 9000억 원→3조 원) 늘었다. 대부업 등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액도 1조 2000억 원에서 3조 5000억 원으러 3배 가까이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 같은 금융지원을 받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취약 자영업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진래·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