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이자 알츠하이머 및 노인정신건강 분야의 국제 전문가인 저자 마크 아그로닌(Marc E. Agronin)은 “나이 든다는 것은 늙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도 그런 관점에서 쓰여졌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이가 들면 더 강해지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이 듦이 가져다 주는 이로움이 있으며, 이를 발견할 때 우리는 오히려 더 성장하고 나아진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부제는 ‘찬란한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당신을 위한 필수 안내서’이다. ‘건강하고 희망적인 노년’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 결과를 담은 임상보고서다. 저자는 앞서 2018년에 <노인은 없다>는 책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일관되게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의 몸과 두뇌가 나이 들면서 기능이 약해지고 퇴보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능은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며, 어떤 측면은 오히려 개선되기도 한다. 젊어서부터 준비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저자는 다가오는 ‘노년’을 단순히 쇠락의 시기로 보지 말고, 나이 듦에 따라 생기는 수 많은 장점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할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 나이 든다는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나이 듦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큰 힘이 있으며, 노인에게는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중요한 강점들이 있다”고 말한다.
노인의 세 가지 강점으로 그는 지혜와 회복탄력성, 그리고 창의성을 든다. 지혜는 지식과 기술, 판단력, 리더십, 타인에 대한 배려, 호기심, 영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기초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노년에 이 능력이 다방면으로 증진된다고 강조한다. 창조성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저자는 나이가 들면 오히려 이전에 없던 통찰력이 생겨 창조성이 더욱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엉켜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활동이나 관계를 형성하는데 더 능숙해 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단순히 나이가 든다고 이런 능력들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런 능력을 얻으려면 역시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자신만의 강점을 인식하고 그런 힘과 능력을 키울 방법을 젊을 때부터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이런 노년의 능력을 젊어서부터 배우고 익힌다면 더욱 행복한 노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젊을 때보다 더 유연하고, 창조적이며,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거나 망가지고, 뇌 기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저 ‘끔찍한 비극’으로 여겨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처럼 노년 역시 성인의 주요 발달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노년기야말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을 권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주위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맺을 때, 우리의 신체와 두뇌도 젊은 시절 못지않게 성장을 거듭한다고 강조한다.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우리의 신체 기능과 건강, 수명은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생존율 중위값이 7.5년 더 길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책 말미에 수록된 ‘실천 계획표’는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평생 우리가 쌓아온 것은 무엇인지, 가족과 공동체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지, 나이가 더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을 적다 보면 어느 새 ‘지금도 늦지 않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자신의 인생 후반전이 전반전보다 나아질 수 있는 지 여부는 오로지 본인 스스로의 인식과 다짐,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고령 인구가 많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최대 비영리 장기요양 보호기관인 MJH(Miami Jewish Health)에서 오랫동안 8090 연령대의 노화를 집중 연구해 왔다. 덕분에 노년에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맞을 수 있었는지를 직접 관철하고 인터뷰해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의 해답을 찾게 도와준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나이 듦의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할 때 누구나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누구나 늙지 않으려 별 애를 쓰지만, 청춘을 되돌리는 비법은 ‘나이 듦 그 자체’라고 말한다. 노화는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신이 내린 보상이자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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