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노란우산’ 공제… 소상공인 안전판 역할 제대로 하고 있나

이의현 기자 2024-07-08 09:17:36

소상공인들을 위한 공적 공제제도인 ‘노란우산’ 공제가 당초 기능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의사나 약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가입해 과도한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가운데 소득이 바닥 수준인 경우도 있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지만, 차제에 보다 정교한 제도 운영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전문직 종사자 9만 명이 ‘노란공제’ 가입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노란우산’에 가입한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 수가 9만 1942건으로, 전체 가입 건수의 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 가입자 가운데는 의사가 5만 5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약사(1만 9057건), 건축사(9597건), 세무사(4573건), 수의사(2508건), 법무사(2479건), 변호사(2187건), 회계사(578건), 변리사(421건) 순이었다.

직종별로도 전문직을 포함한 서비스업이 56만 4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소매업(45만 3000건), 숙박·음식업(32만 4000건), 제조·수리업(18만 7000건), 운수업(13만 2000건)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직만 따로 떼어도 건설업(7만 6000건)과 전기·수도업(8100건), 농어업·임업(7300건) 보다 가입 건수가 많았다. 

부금액 규모도 전문직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직의 부금액은 2조 5040억 원으로 전체의 9.5%에 달했다. 가입 건수(5.2%)에 비해 부금액이 크게 많은 셈이다. 가입 건수당 부금액도 2723만 원으로 전체 가입자 평균인 1506만 원의 2배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의사가 2995만 원으로 가장 평균 부금액이 많았다. 이어 회계사가 2855만 원, 약사가 2758만 원, 변리사 2542만 원, 세무사 2484만 원, 수의사 2428만 원 순이었다. 반면에 운수업과 숙박업은 각각 1080만 원, 1215만 원에 그쳤다. 

◇ 소득공제 혜택 노림수인가
소상공인들이 문제 삼는 것은 이들 전문직 가입자들이 공제 부금에 따라 연간 수백 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종합대책’에 따르면 노란우산 소득공제 한도가 현재의 5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높아진다며, 소상공인에게 돌어갈 재원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 중구에서 작은 테이크 아웃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노란우산은 원래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재기의 기회를 갖도록 돕는 제도”라며 “전문직이 공제 수혜를 과하게 받는 것은 당초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을 뿐더러 정작 필요한 소상공인들에게 골고루 재원이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따졌다. 

그는 “노란우산 공제금은 특히 소상공인들에게는 퇴직금과도 같다”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일반적인 소상공인들보다 훨씬 많은 부금을 납입하고 많은 공제 혜택을 받는 것 자체가 ‘있는 사람’ 들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중기부 측은 노란우산이 정부의 직접적인 예산 지원이 없는 자율적인 공제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나아가 전문직 가운데 소득이 매우 적은 이들도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재단할 일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특히 노란공제에 가입하려면 업종별 매출액 기준을 준용하기 때문에 운용상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 제도 개선 검토해야 할 때
실제로 노란우산에 가입하려면 연평균 매출액이 일정 범위에 포함되기만 하면 된다. 이 가준만 충족하면 유흥주점이나 무도장, 카지노, 사행시설 등을 제외하고는 소기업·소상공인 범위에 포함되는 매출 사업자라면 개인 또는 법인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형 전문직’도 연평균 매출액이 낮아 소기업·소상공인 범위에 포함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노란우산 제도의 개선을 이제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 제도가 과연 초기 도입 취지대로 폐업이나 경영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에게 사회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공제로 오·남용되는 것은 막아, 정말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도 이제까지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가입 요건 등에 큰 제약을 걸지 않았으나, 이제부터라도 당초 재도 도입 취지에 맞게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입 요건 등에 관한 현실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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