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올해도 최저임금 법정 시한 넘기나… 좁혀지지 않는 경영계·노동계 간극

이의현 기자 2023-06-29 09:19:39


2024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기 위한 법정 심의 기한이 오늘(29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가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지만 노사가 서로 요구하는 최저임금 차이가 워낙 크다.

노동계는 여기에 근로자위원 해촉 및 위촉 문제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며 위원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어 올해도 지난해처럼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길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 좁혀지지 않는 노사 간극
내년도 최저임금 제시액 차이가 워낙 크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들은 올해보다 26.9% 많은 시급 1만 2210원을 요구한 반면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올해 시급과 같은 9620원을 제시한 상태다. 20%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예년에도 마지막까지 금액 차이를 조정하다 극적으로 확정되기는 했지만 올해는 엄청나게 오른 물가 등이 변수가 되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

노동계는 치솟는 물가에 실질임금이 감소했다며 노동자의 생계와 권익보호를 위해 대규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영업손실이 큰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선 동결이 최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영계는 노동계 주장대로 하면 일자리가 최소 20만 개 이상 사라질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지난 1988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제는 지난해까지 모두 36차례의 심의 가운데 9번 만 법정 기한 내에 조율을 마쳤을 뿐, 대부분 격론 속에 법정시한을 훌쩍 넘기곤 했다. 지난해 8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켜 올해도 기대가 컸으나 올해 역시 예년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근로자위원들이 이날 회의에 참석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 27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 이들은 정부가 노동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돌연 8명의 근로자위원이 모두 퇴장하는 파행을 겪었다.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한 명이 지난달 말 불법 시위 혐의로 구속된 것을 계기로 새 위원 위촉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이를 거부하는 정부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근로자위원들과 한국노총,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지만 현재로선 정치적 싸음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이른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정부-노동계는 여전히 강대강 대치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위원회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이를 의결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법정 시한을 넘기더라도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넘기면 효력이 인정된다. 그렇게 되면 고용부장관이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하면 된다. 

당장 극적인 회의 재개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8차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지금 바로 (회의 복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밝히면서 고용부의 대응이나 대처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고용부는 근로자위원 1명의 신규 추천위원 제청 거부 방침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위원회 참석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물밑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복귀 명분을 정부가 주기 전에는 참석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서도 ‘위원으로서 책무는 이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자의 의견이 반영되더라도 회의 참석 후 최저임금 간측에 대한 논의 보다는 정부와 경영계에 대한 노동계의 기존 강경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속도가 붙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동계가 회의 보이콧을 선언할 경우 심의 자체가 무산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동계가 불참하더라도 재적위원 과반이 출석해 회의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이 강행 처리될 경우 후폭풍이 엄청날 수 있어 정부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다음달 3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총파업 하겠다고 밝힌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민주노총은 7월 4일과 7일, 11일, 14일 징검다리 촛불집회도 전국 시도별로 갖겠다고 밝혀 자칫 정부와 노동계의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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