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가계대출 이대로 괜찮은가 … 빚 갚느라 300만 명 최소생계도 어려워

이의현 기자 2023-07-02 21:37:15


175만 명은 상환액이 소득보다 많아 파산 직전 … 하반기 버틸 지 우려 증폭

가계대출이 사실상 목에 찼다. 거의 300만 명에 이르는 가계대출자가 빚을 갚느라 최소 생계도 이어가지 못하고 있고, 175만 명은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많아, 새로 빚을 얻거나 소득이 더 늘기 전에는 소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기관 자본확충과 정부의 인플레이션 속도 조절 등의 전방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온갖 대책에 가계대출자·대출잔액 제자리 걸음
한국은행이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대출자는 모두 1977만 명에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이 1845조 3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대출자 수는 4만 명, 대출 잔액은 15조 5000억 원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4분기에 비해 각각 0.2%, 0.8%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최근의 금리 안정 추세와 정부의 각종 대환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 수위라는 지적이다. 1인당 평균 대출잔액도 9392만 원에서 9334만 원으로 0.6% 감소에 그쳤다.

그나마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226만 명으로 작년 4분기와 별 변동이 없었다. 전체 대출 잔액과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각 31조 2000억 원, 1억 2898만 원으로 추산되어 3개월 동안 각각 2000억 원, 152만 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 취약차주 갈수록 위험수위
문제는 다중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로 나타났다. 현재 가계대출자들은 연간 소득의 40% 가량을 금융기관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지난해 4분기 때의 40.6% 보다 약간 낮아져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문제는 다중채무자들이다. 이들의 1분기 평균 DSR은 62.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더욱이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자나 신용점수 664점 이하 저 신용자인 ‘취약차주’의 경우 DSR이 평균 67.0%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1인당 평균 대출액도 작년 4분기 7474만 원에서 올 1분기에는 7582만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DSR이 100% 이상인 차주도 전체의 8.9%로 1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가계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소득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20년 3분기에 7.6%를 기록한 이후 2년 반 동안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 우려를 낳는다.

한국은행은 DSR 70% 이상 대출자에 100% 미만인 대출자(6.3%·124만명)까지 더하면 DSR 70% 이상 대출자 수는 299만 명(15.2%)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거의 300만 명이나 되는 국민들이 최저 생계비만 남기고 소득의 거의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 가계대출 억제할 특효약 없나
한국은행은 코로나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장기 불황에 소득이 줄면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이후 최근 2년여 동안 계속 오른 금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파라 상대적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가계 대출의 뇌관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우려한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에 이어 연체율 상승이 따라오는데 최근 들어 연체율 상승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고 걱정한다. 연체율 상승은 곧 금융 시장 불안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민간 소비 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에도 올 1분기 말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은 은행이 0.30%, 비은행 금융기관이 1.7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권의 경우 2019년 11월(0.30%) 이후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이며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11월(1.7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2020년 이후 대출받은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며 “특히 취약차주의 가계대출이 은행보다 비은행금융기관에 집중되어 있어 이들의 연체율 상승 압력이 하반기에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연체 속도를 늦추고 대출 전체 규모를 줄이려면 일단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을 통해 대출 여력을 더 늘리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해 취약차주 등의 대출상환 여력을 조금이라도 높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인플레이션 속도를 늦춰 가계대출 차주들의 총괄적인 지출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