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국민연금,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쪽으로 ‘가닥’… 받는 금액 '그대로'에 기금 고갈 가능성 '여전'

이의현 기자 2023-09-01 18:41:35

국민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는 정부 내 전문가위원회가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더 받지는 못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을 유지하려면 2025년부터 보험료율을 매년 0.6%포인트씩 계속 올려야 하는데다 소득대체율 상향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반쪽 짜리 논의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기금 고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점도 개혁안의 한계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과 ’기금운용부문 개선사항‘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들 보고서를 기초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작성해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찬반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하지만 더 받지는 못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재정추계기간인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는 장기 목표 아래 보험료율과 연금지급 개시연령, 기금투자 수익률 등 3가지 변수에 대해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재정계산위는 기준소득월액에 대해 연금보험료를 부과하는 비율인 ‘보험료율’은 현행 9%인 것을 각각 12%, 15%, 18%로 올리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2025년부터 1년에 0.6%포인트씩 5년 동안 올려 12%로, 10년간 15%로, 15년간 18%로 올리자는 안이다.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소진 시점이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춰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66세와 67세, 68세로 각각 늦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올해는 63세인데 2033년 이후에도 5년마다 1살 씩 늦추자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기금소진 시점은 지급 개시 연령이 66세일 경우 2057년, 67세이면 2058년, 68세이면 2059년이 된다고 제시했다. 기금의 투자수익률을 0.5%포인트, 1%포인트 씩 끌어올릴 경우 그 시기는 2057년, 2060년으로 늦춰진다. 

◇ ‘소득대체율’ 제시는 빠진 개혁 시나리오
재정계산위는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도 장기적 폐지, 유족연금 지급률 60% 상향, 가입연령 상한과 수급개시 연령 순차적 일치 등 다양한 노후소득보장 방안을 제시했지만 정작 소득보장 강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에 관한 논의를 빠트렸다. 이해관계자 간 격렬한 논란 끝에 결국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반쪽 짜리 개혁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든 이유다.

소득대체율은 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이다. 올해 42.5%인데 2028년엔 40%로 낮아질 전망이다. 노인 빈곤율 해소를 위한 보장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시실에는 모두가 공감했으나,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소수안으로 표기하려는 움직임이 나오자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해온 일부 위원들이 소득대체율 부분 삭제를 요구하며 반발하다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다.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등의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이 정도로 보장성을 강화하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소득대체율 인상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전반의 사회적 합의가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낳고 있다.

◇ 앞으로가 더 걱정인 국민연금 개혁
김용하 위원장은 “기금 고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이번 재정계산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계산위원회의 목표는 70년을 기준으로 한 장기재정 안정화”라며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이번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라고 말했다. 

지금대로라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55년에 소진되는 만큼,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의 목표가 ‘기금고갈 방지’였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반쪽 개혁안’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팽배했었다. 

위원회는 특히 별도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공단 조직에서 실제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파트를 별도 분리해 공사(公社) 형태로 만들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정책위원회(가칭)’가 위험자산 배분이나 장기 재정추계 등 기금 운용의 큰 방향을 기준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전략적 투자 의사결정을 하고, 집행조직인 ‘기금운용공사’가 투자를 실행토록 하자는 구상이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의 기금운용본부 위임, 기금운용본부 인력과 예산의 분리, 기금운용본부 서울사무소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투자 기획과 집행 과정에서 지나치게 중간 조직이 많아질 수 있다는 ‘옥상옥’ 논한과 함께 자칫 조직 비대화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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