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국민연금도 못내는 자영업자 400만 명? … 수급 사각지대 줄여야

이의현 기자 2024-01-25 08:48:39

장기 불황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민연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이른바 '국민연금 수급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4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5일 내놓은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2199만 7000명인데, 이 중 18%인 400만 명 가량이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6만 4000명이 사업 중단이나 실직 또는 휴직 등으로 인한 납부예외자, 그리고 88만 2000명은 소득 신고자이면서 1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한 장기체납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을 최소한 10년은 가입해 있어야 나중에 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이 생기는데, 납부예외자나 장기체납자는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이 길어져 결국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로, 형편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납부 예외자’가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자칫 사업도 안되고 노후도 대비하지 못하는 이중 실패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크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딱히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직장가입자들은 그나마 회사가 보험료 납부를 분담해 주지만 이들은 보험료를 고스란히 혼자 부담해야 하기에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의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지역가입자라 국민연금 가입 초기에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 주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제도가 저소득 ‘근로자’에 한정해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이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도울 방법은 마땅히 없다. 때문에 특단의 지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400만 명에 달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책 없이 노후를 맞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을 해줘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이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특단의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두루누리 지원사업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원 대상을 신규 가입한 자영업자로 확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납부예외자가 보험료를 다시 납부할 경우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최대 1년 간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저소득 지역가입자 지원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지원 기간을 늘리거나 연금보험료 할인 같은 특단의 대책을 통해 이들의 ‘재기 의욕’을 더 고취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연금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더해,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혹 폐업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은 자영업자의 지위를 인정해 줌으로써 보험료 납부재개를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한 두번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하고 재기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노후에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국민연금이라는 마지막 수단까지 포기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단의 지원 및 재기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