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00세 기술& 100세 산업이 뜬다

빠른 고령화에 더 빠른 100세 기술의 진화 … 주목할 만한 해외 제품·서비스들
조진래 기자 2023-04-20 18:02:30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100세 시대를 겨냥한 실버 편의 제품과 관련 서비스의 진화 속도 역시 남다르다. KOTRA 해외 무역관과 닛케이BP는 매년 전 세계에서 소개되는 의미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소개한다. 곧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에 상당한 힘을 발휘하게 될 기술들이다. 그 가운데는 이미 상용화된 것도 있지만 아직은 상용화 전 시험 단계인 것 들이 많다. 건강 100세에 든든한 우군이 될, 곧 현실이 될 대표적인 고령친화 신기술들을 알아보자.


◇ ‘납골당’ 시대는 가고 ‘데스테크’ 시대가 온다
기존의 유골 함은 납골당 등에 고정 비치된다. 하지만 ‘파팅 스톤(Parting Stone)’은 고인의 유해를 40~60개의 돌멩이로 만들어 기념한다. 신 개념 이동형 납골당인 셈이다. 보관이 쉽고 휴대가 간편한데다, 돌을 만질 때 마다 고인을 촉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고인과 늘 함께 한다는 안정감과 만족감에 1000 달러 정도나 되는 비용에도 큰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유골을 가루로 정제한 후 결합제를 첨가한 후 가마에 구워 만드는데 10주 정도가 걸린다. 최근에는 지인들에게 파팅스톤을 나눠주라고 유언을 남기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유골로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주는 ‘에테르네바(Eterneva)’라는 서비스도 있다. 맞춤형으로 모양과 색상 등을 제작한 후 고인의 이름을 새긴다. 싼 것이 3000달러 정도이며, 비싼 것은 5만 달러 수준이라니 재벌급만 가능한 서비스다. 제작 기간은 거의 1년에 가깝다. 유골을 아예 퇴비로 만들어 자연으로 돌려 보내주는 ‘리턴홈(Return Home)’ 서비스도 최근 인기를 끈다. 화장이나 매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올 것에 대비해 고안된 미래형 장례 서비스로, 기간은 2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 노인성 질환 조기진단 신기술
스플링크(Splink)라는 스타트 업이 개발한 ‘뇌 화상 해석’ 프로그램이 2년 전 치매 진단 지원용 의료기기 프로그램으로 공식 약사승인을 받았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인지능력 측정용 디지털 앱 ‘CQ 테스트’는 현재의 뇌 상태를 파악해 치매징후를 알려줘 주목된다. 치매 조기발견을 지원하는 뇌 검사용 ‘브레인 라이프 이미징’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머리 MRI의 화상 데이터에서 뇌의 위축을 정량화·수치화해 치매 진단의 오류 여부를 판명해 줄 뇌화상 해석 프로그램 ‘브레이니어’의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과 인슐린 투여량을 원격 모니터링 해 주는 서비스를 노보 노르디스크제약이 지난해 출시했다. 노보펜6은 최대 투여량이 60 단위로 1 단위 투여량 설정이 가능하다. 노보펜 에코플러스는 최대 투여량 30 단위에 0.5 단위로 투여량을 설정할 수 있다. 최대 800회분 주입 버튼을 누른 이력을 NFC(근거리 통신 시스템)의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교환이나 충전 없이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인슐린 투여 정보를 매일 자동 기록해 준다. 갑작스런 저혈당 리스크까지 사전에 막아 준다.

기름 제거 필름으로 얼굴의 피지를 닦기만 해도 파킨슨병 여부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신기술도 곧 나온다. 피부 조직을 잘라내지 않고도, 파킨슨병과 관련된 RNA(리보핵산)가 포함된 피지를 채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일본 기업 카오와 준텐도대학이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크게 변하는 200~400 종류의 RNA를 관찰 후 이를 모델로 파킨슨병 판별 방법을 알아냈다. 이 연구 성과는 영국 과학잡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도 공개됐다.

그냥 앉기만 했는데 심장 질환 여부를 진단해 주는 의자도 나온다. 델타공업과 델타투어링, 히로시마대 의학부가 공동개발한 심장 진동 감지 음향 센서다. 3D-NET를 이용해 심장 진동을 감지한다. 진동 주파수에 따라 가청역보다 낮은 주파수 진동인 ‘심청박동’과 청진기로 포착되는 가청역 주파수 진동인 ‘심음’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 등을 조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흉부뿐 아니라 등과 허리에도 심장 진동을 감지할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 


◇ 거동불편한 노인 위한 교통시스템
일본에는 ‘거북이 택시’라는 것이  있다. 요코하마 소재 신와교통그룹이 만든 ‘천천히 가는 택시’다. ‘빠르게’ 보다 ‘편안하게’ 가기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만들었다. 운전자 뒤쪽의 ‘느릿느릿 달림’ 버튼을 누르면 편하게 알맞은 속도로 주행한다. 급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비도 좋아지고 매연도 덜하니 회사 입장에서도 좋다. 고객의 15% 가량이 이 택시를 이용한다고 한다. 현재 전국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인도의 ‘가상의 과속방지턱’도 어르신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도로에 3D 그림의 입체 건널목을 그려넣었더니 교통사고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 경기도 남부지방경찰청이 선보인 ‘노란 발자국’도 기발하다. 건널목 전 1m쯤에 그려 넣었더니 아이들이 이걸 밟고 신호등을 기다리니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고령 운전자의 뇌 기능 저하를 예측해 사고를 예방해 주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2021년 11월에 마쓰다가 내놓은 ‘코-파일럿(CO-PILOT)’은 운전 중에 운전자가 쓰러지거나 조는 이상을 감지해 자동차를 안전하게 정지시켜 준다. 2025년에 소개될 2.0 업 그레이드 버전에는 운전자의 뇌 기능 저하 이상을 예측하는 독자 알고리즘까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뇌 기능 저하 여부는 핸들과 페달의 조작량과 평소 조작량의 차이를 기반으로 추정한다. 머리의 진동이나 시선이 특정 위치로 치우치는 것으로도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마쓰다 측은 사망 중상 사고의 30%를 줄일 수 있다고 호언한다.


◇ 고령자용 스마트 기저귀와 배뇨 예측 센서
트리플더블유재팬이 개발한 ‘디프리(DFree)’는 하복부에 찬 초음파 센서로 방광 내 상태를 감지해 소변량을 추정하고 배뇨 타이밍을 예측한다. 소변이 고이는 상태를 10단계로 파악해 ‘이제 슬슬’ 또는 ‘나왔을 지도 모름’ 등으로 전달된다. 횟수나 시간 등의 경향을 파악해 간병 계획에 반영토록 도와 준다. 인터넷이 없어도 블루투스로 사용할 수 있다. 

고령자를 위해 대만의 다신바이오테크놀로지가 만든 침대 환자용 ‘스마트 기저귀’도 인기다. 센서로 온도나 습도 이상을 감지해 보호자에게 스마트 폰으로 알려준다. 피부에 닫는 부분은 의료용 항균 실리콘과 원적외선 게르나늄 성분의 특수원단으로 만들어 안전하다. 배설물이 오물통으로 내려지면 온수로 씻겨 주고 세정 후엔 온풍으로 수분기를 제거해 준다. 수온 이상이 감지되면 경보가 울린다. 대·소변 횟수와 용량, 날자까지 확인할 수 있고 관련 데이터는 치료에 활용된다. 이동이 가능한 휠체어용으로도 개발되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 일손 돕는 로봇까지
과수원 과일 수확 로봇 ‘이브(EVE)’는 최근 오세아니아와 유럽에서 큰 인기다. 우리처럼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어르신들을 위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곧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둔 제품으로, 호주의 라이프로보틱스가 개발했다. 이브는 센서 등을 활용해 나무와 과일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아울러 과일이 잘 익었는지를 판단해 수확 여부를 결정한다. 덕분에 최상의 맛을 지닌 과일을 제 때 딸 수 있다. 

수확한 과일을 품질 별로 분류하는 데도 유용하다.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다. 낙과를 막아주고 썩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으니 음식물 쓰레기 양이 엄청나게 준다. 특히 높은 나무에서도 사람을 대신해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령자 안전사고 예방에도 안성맞춤이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895488@naver.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